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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도박이론

(01/30/2014)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은 당대 프랑스의 천재 수학자이자, 신학자요, 철학자였습니다. 그가 죽은 후, 유족들에 의해 발간된 에세이, 『팡세』는 세계적 고전으로 읽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팡세』에 나오는 명언들을 껌 포장지나 우편 엽서의 그림 등에서 읽어 보셨을 것입니다. 혹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든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지구의 전표면이 달라졌을 것이다’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 파스칼의 에세이 『팡세』에 나오는 말들이지요. 『팡세』는 기독교의 진리를 변증하고, 독자들의 신앙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으로 쓴 에세이 형식의 글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팡세』에 도박에 관한 글이 있어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파스칼은 당시 사교모임에 종종 나가 여러 사람들이 도박하는 것을 보곤 했다고 하는데요, 그는 도박에서 힌트를 얻어 기독교 신앙을 갖는 것이 유익하다는 주장을 도박과 연관지어 설명합니다.

흔히들, 파스칼의 “도박 이론”이라고도 하는 이 내용은 『팡세』의 제3장 “도박의 필요성” (Of the Necessity of the Wager)에서 피력된 것입니다.

먼저, 파스칼은 말하기를,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가는 삶이므로, 죽음 이후에 대해서는 그것이 뭐가 됐건 간에 직면해야 한다면, 그것은 누구도 피할 수없는 도박이라고 합니다. 어차피 도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느 쪽이 더 이득이 되는지 따져보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제가 아는 목사님께서 이 도박 이론을 네 가지 경우로 분류해서 쉽게 설명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도박사의 관점에서 볼 때, 아래 네 가지 중에 어떤 것이 위험성이 더 크며, 어느 것이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는 현명한 배팅인지 한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1. 생전에 하나님이 계신 것을 믿고 살다가 (O)

죽은 후에도 정말 기독교가 진리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 (O)

(1) 얻는 것은, 생전에 얻었던 참된 위안과 죽은 후에도 주어지는 영원히 축복된 삶

(2) 잃는 것이 있다면, 생전에 성경말씀 대로 산다고 고생했다는 것. 하지만 하나님께 다 보상 받음

2. 생전에 하나님이 계신 것을 믿고 살다가 (O)

죽은 후에 기독교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 (X)

(1) 얻는 것은 생전에 받았던 거짓된 위안 정도, 그리고 도덕적인 삶에 대한 사람들의 칭송

(2) 잃는 것이 있다면, 생전에 성경말씀 대로 산다고 고생했는데,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

3. 생전에 하나님이 계신 것을 믿지 않고 살다가 (X)

죽은 후에도 정말 기독교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 (X)

(1) 얻는 것은 생전에 쾌락적으로 사는 정도

(2) 잃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4. 생전에 하나님이 계신 것을 믿지 않고 살다가 (X)

죽은 후에 기독교가 진리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 (O)

(1) 얻는 것은 생전에 쾌락적으로 사는 정도

(2) 잃는 것은 영생. 그리하여 영원한 형벌에 처하게 되는 것

당연히 1번(OO)이 가장 위험성이 적으면서도 적중했을 때 한몫 단단히 건지는 가장 현명한 배팅일 것입니다. 파스칼이 말한 것처럼, 유한한 것을 걸고서 무한한 것을 얻기 때문입니다.

2번(OX)과 3번(XX)은 위험성도 수익성도 그저 그런 배팅입니다. 유한한 것(인생)을 걸고서 유한한 것을 얻거나 잃으니까요. 반대로 4번(XO)은 가장 위험성이 클 뿐만 아니라 적중하게 되면 곤란해지는 가장 안 좋은 배팅입니다. 유한한 것을 걸고서 무한한 것을 잃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다 잃고서 회복 불능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도박사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는 것이 확률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파스칼은 주장합니다. 한 마디로, “결론 다 나왔으니 빨리 신앙생활을 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파스칼의 도박 이론에 반대하는 논증들이 그의 다음 세대인 볼테르나 디드로 등에 의해 제안되었지만, 그의 주장은 여전히 흥미로우면서도 괜찮은 논변인 것 같습니다. 오늘, 커피 한잔의 여유가 있다면, 잠시 나의 도박을 중간 계산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확실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보장 받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종교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종교는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불확실한 것을 위해 행하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앞길을 알지 못하는) 항해도 그렇고, (누가 이길지 모르는) 전쟁도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내일까지 살 수 있다는 생각보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다고 하는)  종교에 더 확실성이 많다.”


파스칼, 『팡세』, 234단락


신자겸 목사 하나로교회 담임 972-488-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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