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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단상] 이삭의 떠남 "피스 메이커의 길'_1

12.07.2018



모리아 산으로 떠나는 피스 메이커의 길

어느 날 아침, 이삭은 느닷없이 채비를 챙기는 아버지를 따라나서야 했습니다. 목적지는 모리아 땅이라고 합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나귀에 안장을 얹으면서 3일 길이라고 합니다. 그곳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거라고 합니다. ‘제사를 드릴 거면 집 근처에서도 얼마든지 드릴수 있을 텐데 왜 하필 그렇게 먼곳까지 가실까?’ ‘더군다나 제물에 쓸 양 한 마리도 없이 제사를 드리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어린 마음이지만 여러가지 생각 때문에 이삭은 여행의 설렘보단 의문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아침부터 굳어있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두려움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렇게 늙은 노부와 그의 노년에 얻은 어린 아들은 총총걸음으로 이른 아침 여정을 재촉합니다. 이것이 이삭의 인생의 가장 극적인 떠남이었습니다. 이삭은 이 여정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지 못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카타콤 (Catacomb 지하 묘지. AD 1세기 경, 로마 황제들의 박해를 피해 기독교인들이 묘지를 자신의 은신처로 삼았음) 벽에는 ‘이삭의 희생 제사(The Sacrifice of Isaac)’라는 벽화가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손에 든 긴 칼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그의 발치 아래에 벌거벗겨지고 손이 뒤로 묶인 어린아이는 그의 아들, 이삭임에 분명합니다. 칼을 내려치기 일보 직전입니다. 이것이 바로 3일간 모리아행 여정의 최후인듯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을 허무하게 거두어 가시는 야속한 신으로 여호와를 낙인찍고 돌아서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벽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절망에 사로잡힌 아브라함의 시선은 아들 옆에 나타난 어린 양에게 고정됩니다. 아버지가 뚫어져라 양을 쳐다보는 바람에 이삭 역시 머리를 고개를 힐끔 들고 그 어린 양을 바라봅니다. 이내 ‘칼을 거두라’는 하나님의 음성, 그토록 기다리던 음성이 들려옵니다. 믿음의 진정성을 알아보시기 위한 하나님의 시험이 끝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대신해서 그 어린 양을 희생 제물로 드릴 수 있었습니다(창세기 21장 참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아는 바처럼, 창세기 21장에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바로 인간의 죄를 구원하시기 위해 독생자를 내어주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상징하는 사건입니다. 아브라함은 칼을 드는 것에서 그쳤지만,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결국 아들을 십자가 죽음 가운데 내어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하나님과 죄인인 우리 인간 사이에 영원한 화목 제물이 되셨습니다. 어찌 보면, 이삭의 떠남은 피스 메이커의 길이었습니다.


하나로교회 담임

신자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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