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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의 길, 우리의 인생길

JUL 26, 2018


여러분 대부분은 ‘레밍’(Remington)이라는 쥐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나그네쥐’라고도 불리는 레밍은 ‘집단자살하는 쥐’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 그 숫자가 엄청나게 불어나다가 어느 순간엔가 대이동을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바다와 맞닿은 해안 절벽에 이를 때까지 떼를 지어 달리다가 뛰어내려 죽는데, 과학자들은 이 기이한 현상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습니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레밍이 집단 자살하는 이유가 스스로 개체 수를 조절하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아주 빠르게 번식하는 레밍은 자신들이 서식하는 영역 내에서 일정한 수가 차면 집단적으로 자살함으로써 종족의 규모를 조절해서 먹이 다툼이나 서식지가 비좁아지는 것을 피한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추측은 서식지의 먹이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레밍의 주 먹이가 되는 사초과(Cyperaceae)에 속하는 식물에는 독, 정확히는 소화액을 중화시키는 물질, 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이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가지가 잘린 무화과나무에서 진액이 흐르는 것처럼 사초과의 풀은 뜯기면 중화액을 분비해 냅니다. 풀과 함께 레밍의 뱃속으로 들어간 이 중화액은 심각하게 소화를 더디게 만듭니다. 그러면 더 많은 소화액을 분비하느라 체력을 많이 소모하게 되고, 배가 고파 풀을 뜯으면 또다시 풀이 분비하는 중화액도 함께 먹게 되어 소화는 더 방해를 받게 됩니다. 결국 이 풀을 먹으면 먹을수록 허기에 지치게 됩니다. 마침내, 서식지 일대의 풀을 전멸시키고 난 레밍 떼는 풀을 찾아 방황하다가 호수나 해안에 이르게 될 때쯤이면 허기에 미쳐서, 혹시나 물 건너 편에 먹이가 있을까 싶어 바다나 호수 안으로 마구 뛰어든다는 주장입니다.


마지막으로, 레밍의 이동 습성입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태곳적부터 레밍에게는 개체수가 불어나면 서식지를 옮기는 본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동할 때는 항상 직진으로만 이동하다가 적당한 정착지가 나타나면 거기서 새롭게 서식했습니다. 그런데, 수십 세기 동안 지각 변동이 생기면서 예전에 대륙이었던 곳이 갈라져 가운데 바다가 놓이게 되거나, 호수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레밍의 유전자에는 철새의 귀소본능처럼 이동 경로를 알려주던 옛날의 지도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유전적으로 각인된 본능의 지도만 따라 무작정 이동하는 레밍은 육지가 끝나는 곳에서 그들의 목숨도 끝나는 것입니다.

레밍의 집단자살에 대한 단편 지식들을 살펴보면서 우리 인생의 길에 대해서 잠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소본능에 의한 묻지 마 식의 레밍의 이동 습성을 보면서, 길을 걸으며 좌우를 살피고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는 ‘좌표 점검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습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하고, 길이 끝난 곳에서는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볼 줄 알아야 할 텐데, 지각이 없는 이 설치류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본능에만 의존해서 내달립니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불혹을 지나면서부터는 뒤를 돌아보며 걸어온 길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걸어온 길에 대한 반추의 시간이, 회한이 아닌, 성찰과 반성으로 채워진다면 앞으로 걷는 인생 길이 좀 더 잘 보일 것입니다. 또한, 먹으면 먹을수록 허기에 지친 채 계속 풀을 뜯는 레밍의 모습을 상상하니 인생들의 아귀다툼이 연상됩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만족할 줄 모르는 인생을 비유하길, ‘끝없이 타들어가는 불’과 ‘물이 차지 않는 땅’과 같다고 했습니다. (잠 30:16)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의 제목처럼 우리에겐 죽어서 누울 무덤 크기만큼의 땅(재물)이면 충분합니다.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은 우리로 하여금 영문도 모른 채 끝없이 달리게끔 만듭니다. 이런 인생들에게 예수께서는 “배부르지 못할 양식을 위해 일하지 말고, 하나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영원한 양식을 위하여 힘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요6:27)


흔히들, ‘먹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인생살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영혼은 밥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음을 늘 염두에 두고, 마음을 살찌우는 일도 등한히 하지 않는다면, 레밍의 길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의미 있는 길을 걷는 우리가 될 것입니다.


-신자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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