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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 온 길, 내가 걸어 갈 길

(11/11/2014)


1.

‘경로의존성’(經路依存性, Path dependence)이라는 사회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폴 데이비드(Paul Daivd) 교수와 브라이언 아서(Bryan Arthur) 교수가 주창한 개념인데, 한 번 일정한 길(경로)이나 힘 등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그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입니다. 별로 좋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세워져 있는 방식을 따르는 이유는 과거에 이루어진 선택이 관성(慣性)처럼 작용해서 변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예를 들면, 오늘날 로켓의 지름의 평균 사이즈는 말 두 필의 엉덩이 사이즈와 거의 일치한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옛날 로마군의 마차는 말 두필이 끌었습니다. 로마는 유럽을 평정한 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기치 아래 도로를 정비하면서 도로의 폭을 말 두마리의 엉덩이 폭에 맞춰 정비했습니다. 말 두필이 이끄는 마차가 지나다니기에 적합하도록 만든 것이죠. 훗날 이 도로를 그대로 마차선로로 이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산업혁명 이후, 기차를 발명하면서 이 마차선로가 지나가는 자리에 바로 전차(tram, 電車)와 열차선로가 놓이게 됩니다. 도심에는 흔히 말하는 전차 레일이 설치되었고, 동일한 사이즈의 폭으로 도시 사이를 잇는 오늘날 기차의 레일이 설치된 것이죠. 일단, 열차선로의 폭이 세계적으로 통일되자 거의 모든 장거리 운송수단은 열차가 담당하게 됩니다. 특히 대형 화물의 운반은 절대적으로 열차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로켓 역시 예외가 될 수 없겠죠. 로켓의 지름이 너무 커지게 되면 열차에 실을 수 없을 뿐더러, 만에 하나라도 터널을 지나게 된다면 난감한 사태가 발생하게 되므로, 로켓을 크게 만들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지름 사이즈를 열차의 폭에 맞추어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죠.


2.

많은 것들을 뒤돌아 보게 하는 계절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년초에 눈 앞에 펼쳐져 있던 시간들은 이제, 만남과 일들 속에서 추억이 되어 우리들 뒤로 남겨져 버렸습니다. 이렇게 지난 시간을 들추어 보노라면 마치 ‘경로의존성’의 법칙이 내 삶에도 적용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뻔히 알고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 뭐가 문제인지 잘 알고 있지만 오래된 습관 때문에 또 반복하는 실수들, 여러가지 일들 가운데 분부하게 달려왔지만, 돌아보면 결국 말 두필의 도로 폭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은 현실… 이런 생각들은 우울한 흐린 겨울 하늘만큼이나 우리 마음을 우울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3.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경로의존성’의 개념이 부정적인 뜻으로만 쓰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로켓 하나를 운반하자고 기존에 잘 유지되어져 오던 도로망을 모두 허물고, 새 도로나 철로를 설치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이죠. 있는 것을 잘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온고지신’(溫故之新)하는 데 적용될 수도 있는 개념이 ‘경로의존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경로의존성을 긍정적인 면으로 발전시켜 보는 건 어떨까요? 잘 안되는 것을 바꾸기 보단 지금껏 의존해 왔던 것을 더 좋은 방향으로 활용해 보는 것 말입니다. 예를 들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이라면, ‘새해엔 아침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생활을 해야지’라는 실천 가능성이 없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밤시간을 잘 활용할까?’라고 식으로 생각을 바꾸어보거나, ‘어떻게 하면 내성적인 성격을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바꿀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 ‘혼자 있으면 이렇게 편안한 이 시간을 어떻게 잘 가꿀 수 있을까?’라는 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본다면, 단점으로 알고 있었던 것들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걸어온 길에 지배당하는, ‘경로의존성의 법칙’의 삶이 아니라, 걸어갈 길을 열어 가는, ‘경로 개척’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신자겸 목사

하나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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