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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단상: 믿음의 노마드

AUG 18, 2017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 정부 시절, 주요 정책 자문이자 지금까지도 ‘프랑스의 지성’으로 인정받고 있는 자크 아탈리 (Jacques Attali, 1943~ )는 2003년, <호모 노마드 (L’homme Nomade)> 라는 책을 썼습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책이 세간의 주목을 끌어갈 즈음인 2005년, 저는 ‘정착과 떠남’이라는 화두에 사로잡혀 지내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탈리의 책은 제목만으로도 저의 시선을 사로잡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이 정주(停駐)하면서 살기 시작한 것은 인류 전체의 역사에 비하면 극히 짧은 세월에 지날 뿐입니다. 인간은 정주하는 삶보다는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이리저리 이동하는 삶을 훨씬 오랫동안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문명 이전부터 축적되어 왔고, 문명 이후로도 지속되어 온, 이 ‘유목민적인 이동의 삶’이 인류 문명의 진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고 그는 말합니다. 대부분의 정착민들이 논과 밭을 일구고, 세금을 거둬들이며, 군대와 국가를 만들어 온 반면, ‘유목민적 인간형(호모 노마드)’이라고 일컬어지는 부류의 사람들은 자유로운 탐험정신을 가지고 대륙을 넘나들며 주로 무역업이나 목축업 등을 통해 거대한 재화를 교역했을 뿐만 아니라, 사상과 문명을 주고받으면서 예술이나 정치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고 합니다. 호모 노마드들은 고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근현대 사회에서도 카우보이, 보트 피플, 이민자들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실, “노마드”라는 개념은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가 쓴 <차이와 반복>(1968)이라는 책에서 처음 소개된 것인데, 노마디즘(nomadism)이란, 기존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불모지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일체의 방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삐딱하게 본다면, 아탈리의 “유목민 인간형”이라는 개념과 들뢰즈의 “노마디즘”은 목사인 제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사상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사상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고 구조는 진리를 지키고 변증해야 하는 목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경 자체가 유목민적 문화와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브라함은 우르(Ur)라는 거대한 도시 문명을 떠나 온 유목민(노마드)이었습니다. 그는 조상 대대로 이어오던 종교적, 문화적 보금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이리저리 우물을 찾아 떠났던 이삭도 노마드적 삶에 익숙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평화로운 삶을 살기를 원했던 이삭은 우물을 빼앗으려는 사람들과 다투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우물을 내어주고는 새로운 자원(물)을 찾아 떠났던 것입니다. 모세의 인도 하에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 역시 유목민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들은 구름기둥의 인도 아래 언제든 떠날 것을 마음에 두고, 그날 그날의 야영 텐트를 펼쳤습니다. 구약 성경에는 이렇게 여러가지 이유로 길을 떠나며, 유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옵니다. 신약성경에서 바울은 구약성경에 나타난 유목민적 삶, 광야의 삶을 천국을 향해 가는 순례의 삶으로 대치해서 그리고 있습니다 (빌립보서3장12~14절). 이 점에 착안한다면, 그리스도인들은 “믿음의 노마드”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면, 식당이나 마트에서 신문을 집어서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달라스의 한 카페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모두 유목민적 인간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아탈리에 주장에 비추어 보면, 고국을 떠나온 우리 모두는 유목민입니다. 그러나 ‘떠나왔다’는 것만으로 노마드의 삶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을 것입니다. 목표를 향해서 끊임없이 정진하는 삶, 어디에 있든지 있는 그곳에서 뿌리 내리고, 꽃을 피우다가 모판을 옮기듯 삶의 터전이 옮겨야 할 때 주저함 없이 용기 있게 나아갈 줄 아는 삶, 주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줄 아는 삶을 사는 진정한 노마드, 천국을 향한 여정을 살아가는 믿음의 노마드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자겸 목사

하나로교회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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