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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단상_떠남의 이야기들

AUG 17, 2018


처음엔 텍사스가 도시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달라스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던 것이었죠. 떠올릴 수 있는 미국의 도시라고 해봐야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L.A., 뉴욕, 워싱턴 정도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디가 어딘지 몰랐고 관심도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생의 전환점으로서 유학 길에 올라 이 땅을 밟게 된 것이 십여 년 전이었습니다. 첫 수업 때가 기억납니다.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첫 시간이니만큼 저는 저의 존재를 급우들과 교수님의 기억 속에 좀 더 분명하게 도장 찍어줄 요량으로 강의실에 걸려있는 세계지도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여러분, 여기 지도 속에 제가 가리키고 있는 이 나라가 보입니까? 아마 너무 작아서 여러분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는 보이지 않을 겁니다. 이 작은 나라 중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저는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청년이 되어서는 꿈을 안고 ‘서울’이라고 하는 도시로 떠났습니다. 그리고는 태평양을 건너서 ‘그랜드 레피즈’라고 하는 미시건의 작은 도시로 또 떠나왔습니다. 여전히 잘 안 보일 겁니다. 거기서 다시 이곳 ‘달라스’로 떠나왔습니다. 바로, 여러분과 이 시간을 같이 하기 위해서요. 저는 이런저런 사람이며, 이 학교에서 공부하게 된 동기는 어쩌고저쩌고......” 이렇게 어설픈 자기소개를 마친 첫 수업 날, 집으로 돌아온 제 마음엔 ‘떠남’이라는 단어가 물에 젖은 낙엽처럼 제 기억 속에 달라붙어서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떠나고, 떠나고, 떠나서 지금 이곳에 왔다. 그리고 언제, 어디로 또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묘한 사색의 씨앗이 되어 저의 사고의 토양 위에 툭 떨어졌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전공 공부에 밀려 책꽂이에 오랫동안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인문학 책들 중,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의 ‘호모 노마드(Homo Nomad)’라는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페이지에 물려있는 책갈피를 빼내고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인류 문명의 진보는 정주(靜住) 하기를 포기하고 끊임없이 이동해 온 일련의 무리들에 의해서 이루어져왔다고 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의 머리의 다른 한쪽 구석에선 서울행 무궁화호 밤기차에 몸을 싣던 때, 장난감처럼 작아지는 인천공항을 내려다보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이것이 제가 ‘떠남’이라는 화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때였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 그 사색의 씨앗을 싹 틔우지 못했습니다. 간단없이 생각으로 만지작거리기는 했으나 정작 그 생각의 결실을 위해서 물주기에는 게을렀습니다. 이제는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면서 다듬어 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떠남’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특히 저의 직업이 목사이니만큼 성경에 나타난 떠남의 이야기에 대해서 연재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간의 생애 자체가 떠남의 연속입니다. 물론 이 떠남의 대척점에는 ‘만남’이라는 것이 있지요. 태아는 엄마의 뱃속을 떠나서 세상을 만납니다. 요람을 떠난 자녀들은 또래집단이나 학교 등 또 다른 세상을 만납니다. 그러다가 장성하면 부모를 떠납니다. 꿈을 따라, 진로를 따라, 사람을 따라, 새로운 삶을 따라 끊임없이 떠나기를 반복하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만남과 마주칩니다. 떠날 때마다 ‘무엇이 나를 떠나게 만들었는가?’ ‘어떻게 떠났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이어지는 만남을 결정짓는 주사위가 되기도 하고 나의 존재를 빚어가는 끌칼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이 세상을 떠나지요.

성경도 마찬가지로 ‘떠남’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를 따먹은 대가로 에덴동산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가인은 동생 아벨을 죽인 대가로 살던 곳을 떠나 방황해야만 했습니다. 아브라함은 고향을 떠나 하나님이 주시는 미지의 땅으로 나아갔고, 이삭은 주변 부족들과 싸우지 않고 우물을 얻기 위해 떠나 다녀야만 했습니다.

그의 아들 야곱 역시 형의 분노의 복수를 피하기 위해 삼촌 라반의 집으로 떠나야만 했습니다. 480년간 노예 생활의 멍에를 벗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를 떠났습니다. 이후로, 수없이 많은 떠남의 사건들이 성경의 이야기를 수놓고 있습니다. 이렇게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오는 주말엔 잠시 일상의 시름과 짐들을 내려놓고 잠깐의 떠남의 시간을 가져보는 어떨까요?


-신자겸 목사

하나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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