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6/2015)
얼마 전, 극장가를 달구었던 “인터 스텔라”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나요?
한국에서만 개봉 50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던 이 영화는 점점 황폐해져가는 지구를 대체해서 인류가 거주할 새로운 행성을 찾아서, 새롭게 발견한 웜 홀 (Worm Hole)이라는 공간을 통과해 행성 간 (interstellar)항해를 떠나는 세 명의 우주인들이 겪는 모험과 그들이 두고 온 가족들과의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의 독특한 소재도 흥행에 한 몫 했지만, 세간(世間)의 주목을 더욱 끌었던 것은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 (Christopher Nolan) 이라는 감독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영화 철학’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컴퓨터 그래픽(CG) 기법을 가능한 쓰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컴퓨터 장비가 날로 발전하는 요즈음 위험한 장면이나 스케일이 큰 장면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공룡들은 미니 모형과 같은 실물(實物)이 아니라,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들입니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수십만 명의 괴물(Orks) 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놀란 감독은 이처럼 허공에서 연기를 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미지를 입히는 방식의 특수촬영 방식을 지양합니다.
‘인터스텔라’에서 배경이 되는 옥수수밭을 촬영하기 위해서 그는 수만 평의 대지를 구입해서 3년 간 옥수수를 키웠다고 합니다.
황사 먼지가 옥수수밭을 덮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놀란 감독은 골판지로 만든 실제 먼지를 초대형 선풍기로 날렸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이나 로봇들도 모두 실제로 제작한 것들입니다.
또한 놀란 감독은 아예 영화 자체를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35mm 필름 카메라로 찍습니다. ‘인터스텔라’를 한국에서 상영할 때, 자막 작업을 하는 데 적잖히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요즘에는 거의 모든 영화가 디지털로 촬영되기 때문에 더이상 필름을 태워 자막을 입히는 거대한 자막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폐기 직전에 있던 기계식 자막기를 부랴부랴 다시 살려서 자막을 입히는 게 쉽지 않았다는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베트맨, 다크 나이트”나 “인셉션”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메가폰을 잡았던 놀란 감독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왜 그는 이런 구식 방법을 옹고집처럼 고수할까요? 그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컴퓨터 그래픽이 보여주는 것은 ‘진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 이 놀라운 장면을 CG (Computer Graphics)로 만들었다고 관객이 안다면, 속았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요?”
그의 또다른 이유는 배우들이 효과적인 연기(演技)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허공에 대고 연기를 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거대한 우주선을 탑승해서 연기하는 것이 훨씬 리얼하게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입니다.
놀란 감독의 고집스런 복고 스타일의 촬영 방식에 대한 글을 접하면서, 우리의 ‘인생’이라는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할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쉽게 만들 수 있고, 어떨 땐 실물보다 더 정교하고, 화려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결코 존재하지는 않는 허상인 것들을 지나치게 바라며 의존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완벽한 배우자(왠만큼만 하면 만족한다고들 하지만 그 ‘왠만큼’의 수준이 완벽에 가까운 것일 때가 많죠), 완벽하게 자기 앞가림 하는 자녀들, 완벽한 직장, 등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만들어내려고 하지는 않는지요? 순식간에 엄청난 스케일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CG처럼, 인생 대박을 꿈꾸지는 않는지요?
번거롭고, 지루하며, 때론 힘들지만 내 손으로 직접 수고하여 소품들을 하나하나 직접 만들고 그것을 찍는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아날로그 촬영기법 같은 삶이 제대로 가치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감동은 이런 아날로그적인 장면들에서 오니까요. 여러분의 삶은 CG입니까, 리얼(real)입니까
신자겸 목사
하나로교회 담임 신앙상담 972-488-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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