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2, 2018
여름입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열렸다 닫혔다 바쁘게 움직이는 냉장고 문. 아이들에게 시원한 음료수와 얼음을, 엄마에겐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보관해 주는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인 냉장고. 이 냉장고는 어떻게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이 냉장고 얽힌 이야기를 통해 시원함을 찾아볼까 합니다.
언젠가 기고했던 칼럼에서 세계 최초로 얼음을 팔았던 ‘프레데릭 튜더’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 적이 있습니다 (2016년 3월 칼럼).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의사, 존 고리(John Gorrie)에 의해서 냉장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제빙기가 발명되었습니다. 닥터 고리는 플로리다 주 아팔라치콜라(Apalachicola)라는 작은 마을의 의사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늪 지대가 많은 플로리다에는 모기가 늘 기승을 부렸습니다. 특히 1842년에는 모기로 인한 말라리아가 창궐해서 병원은 발디딜 틈없이 환자가 들어찼습니다. 고열로 시달리는 환자들을 보다 못한 닥터 고리는 얼음을 천정에 매달아 병실의 더운 공기를 식혔습니다. 그 얼음은 바로 프레데릭 튜더가 파는 얼음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플로리다로 얼음을 실어날라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가 싶었는데, 느닷없는 복병이 나타났으니 바로, 플로리다 주의 여름 불청객, 허리케인이었습니다. 허리케인이 불자 모든 항구가 마비되어 얼음을 가지고 올 수가 없게 된 것이었습니다.
당황한 닥터 고리는 얼음을 만들 수는 없을까 하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사실, 인공 얼음 제조기가 탄생하기까지 여러가지 과학적 연구들이 선행되어져 오긴 했습니다. 진공에 대한 연구, 공기의 압력과 온도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등이 있어왔습니다. 즉, 엄청난 압력으로 압축된 공기가 순간적으로 팽창하면 주변의 온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리게 되는데, 이것을 물에다가 적용시켜서 빙점 이하로 물의 온도를 떨어뜨려서 얼음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고리가 만든 기계는 성공적으로 얼음을 만들어 내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살릴 수 있게 된 것이죠. 얼음 제조기를 만든 닥터 고리는 다음과 같이 감회를 말했습니다. “(얼음 뿐만 아니라) 과일, 야채, 그리고 고기까지도 이 기계 안에 보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류에 봉사할 수 있는 기계가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냉장고의 시초였습니다. 말라리아 환자들의 고열에서부터 비롯된 이 위대한 발명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냉장고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리써치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얼음이 귀하고, 가까이 접할 수 없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간절한 필요에 의해, 그것도 사랑하는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사랑과 의사라는 투철한 소명의식에서 나온 열정이 위대한 발명을 가능케 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잠언”(Proverbs)이라는 구약 성경에 “믿음직한 심부름꾼은 그를 보낸 주인에게는 무더운 추수 때의 시원한 냉수와 같아서,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잠언 25장13절) 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씀에서 ‘믿음직한 심부름꾼’을 ‘열정있는 심부름꾼’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눈이라곤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중미의 자메이카에서 결성된 봅슬레이 팀이 동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는 내용의 영화 (“쿨 러닝”)가 연상됩니다.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내게 닥쳐온 필요와 거기에 반응하는 열정이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필요를 다른 곳에서 채우는 것도 좋지만, 내 안에 있는 가능성과 열정으로써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냉장고 문을 열면서 닥터 고리의 열정을 생각해 봅니다.
주/ 봅슬레이(Bobsleigh): 특수 제작된 썰매를 타고 4인(또는 2인)이 규정된 얼음 코스를 주행하여 완주 기록을 겨루는 동계 스포츠 (출처. 위키피디아)
신자겸 목사
하나로교회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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